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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大法,「동성동본 혼인」처리 혼란… 법률해석 제각각

입력 | 1997-07-20 20:44:00


동성동본 혼인금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이 나왔는데도 일선 행정기관은 대법원의 해당예규가 개정되지 않아 동성동본 부부의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실상의 위헌결정이지만 해당 법조문이 개정될 때까지는 현행법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선고순간부터 효력이 정지되는 위헌결정과는 다르다.

그러나 헌재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선고 주문(主文)에 『법원 및 기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해당조항을)개정할 때까지 해당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못박았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위헌선고와 같은 효력을 내도록 한 셈이다.

위헌결정을 내리려면 헌재 재판관 9명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나 이번 결정의 경우 재판관 5명만 위헌결정을 내렸고 2명은 헌법불합치, 나머지 2명은 합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선고주문에 「해당조항의 즉각 적용중지」를 명시한 만큼 일선 행정기관은 즉각 동성동본 부부들의 혼인신고를 받아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의 이번 선고가 과연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고내용의 형식(헌법불합치)과 내용(위헌)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에따라 현재 외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사례를 수집하는 등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헌재 결정문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내려져야 예규 개정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또 동성동본의 혼인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근친혼(현재 8촌 이내의 부모의 혈족 또는 인척이거나 과거에 그런 관계에 있었던 사람끼리의 결혼)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한시적으로 시행된 동성동본 부부의 구제 때처럼 혼인신고 때 족보와 근친혼이 아니라는 양가가족의 증명서를 제출받더라도 신고자들이 이를 위조하는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할 경우 적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따라 국회가 정식으로 해당 법규를 개정하기 전에는 신고는 받되 처리해주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해석상의 논란과 예규개정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출생신고나 의료보험 등 각종 제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동성동본 부부들을 가능한 한 빨리 구제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방침이어서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혼인신고가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종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