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양대 세력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민주계 주도)」와 「나라를 위한 모임(나라회·민정계 주도)」은 26일 양측에서 4인씩 참석하는 8인 지도부 모임을 가졌으나 공동합의를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했다. 정발협측은 이날 조찬회동에서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사퇴문제가 당내 분란의 핵심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양측의 공동입장을 밝히자고 요구했다. 반면 나라회측은 이대표가 25일 당무회의에서 7월초에 총재와 협의해 「순리대로」 처리하겠다고 언명한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보자고 맞섰다. 당초 양측은 사전 막후접촉을 통해 이날 대표직 사퇴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공동발표문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막후 중재역할을 했던 정발협의 李世基(이세기)공동의장측은 『대표직 사퇴시기를 못박지는 않되 포괄적인 수준에서 공동입장을 밝히기로 원칙적 합의가 돼 있었는데 나라회측에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25일 4개항으로 된 공동발표문에 「대표직 사퇴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을 담기로 합의했다는 게 이의장측 얘기다. 정발협측은 또 이같은 합의내용을 전달받은 이대표측도 처음에는 양해하는 듯했으나 막판에 수용할 수 없다며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협상이 깨졌다고 이대표측을 비난했다. 이 때문인지 정발협내 강경론을 주도하는 徐錫宰(서석재)공동의장과 徐淸源(서청원)간사장은 회동 도중 일찌감치 『볼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서의장은 『오늘 밥먹은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서간사장 역시 『이대표가 대표직을 가진 상태에서 27일 경선출마선언을 하는 것 자체가 가장 대표적인 불공정 경선사례』라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서간사장은 이어 『오늘까지 이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우리 일정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대표직 사퇴문제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자 양측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 △경선후 당의 단합에 힘쓰자는 등 나머지 합의사항까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양측은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했다. 그러나 대표직 사퇴문제에 대한 절충에 실패함으로써 어렵사리 수습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았던 당내 갈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물론 막판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나 「반(反) 이대표」 노선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는 정발협과 이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나라회가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