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51〉 이윽고 왕은 말했습니다. 『신바드, 나의 형제여! 나는 그대에게 영리하고 사랑스런 아내를 얻어주고자 한다. 인물이 아름다울 뿐더러 부자지. 처녀의 아버지와 나는 둘도 없이 가까운 사이이고, 그 딸은 나에게 친딸이나 다름이 없다. 그 처녀를 아내로 맞으면 그대는 이 나라에 귀화하여 우리들 곁에서 함께 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그대를 왕궁에서 살게 할 생각이야. 이 일에 대해서는 내가 시키는대로 할 일이요, 거스르지 말지어다』 왕의 말을 들은 나는 너무나 당황하여 제대로 대답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옛날 첫번 째 항해 때 미르쟌 왕국에서 대신의 딸과 결혼을 했다가 가슴 아픈 추억만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나의 심정은 모르고 왕은 말했습니다. 『여봐라, 왜 대답이 없는가? 설마하니 내 분부를 어길 생각은 아니겠지?』 왕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임금님의 분부를 어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다만 제가 결혼에 대하여 좀더 생각할 수 있도록 삼일 동안의 여유를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삼일 동안의 여유라고?』 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만 곧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왕은 그만큼 관대한 분이었습니다. 왕 앞에서 물러난 나는 우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 나라에도 언니가 죽으면 처제가 언니 대신 형부와 살아야 하는 풍속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나의 이 질문에 대하여 사람들은 모두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언니가 죽었다고 처제가 언니 대신 형부와 산다니요? 대체 어느 나라에 그런 해괴한 풍속이 있단 말인가요?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그런 얄궂은 풍속은 없답니다』 나는 사람들의 이 말을 듣고서야 일단은 안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첫번째 결혼으로 인하여 워낙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바 있는 나로서는 결혼에 대해서만은 아무래도 좀더 신중하게 판단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게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나는 이 나라에 귀화를 해야하고 그렇게 되면 고향 바그다드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사흘 동안을 혼자 들앉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약속한 사흘이 되었을 때 왕은 나를 불러 나의 의중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판단이 서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엉겁결에 말했습니다. 『임금님이시여, 먼저 그 처녀를 한번 보고 결정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혼담을 무산시키고 싶어했던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왕은 말했습니다. 『그대의 뜻이 그렇다면 오늘 저녁 무렵에 궁전 뒤뜰로 나오도록 하라. 나는 거기서 그 처녀와 공놀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처녀를 친딸처럼 여겨 어릴 때부터 함께 공놀이를 하곤 했으니 그 아이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그대가 나타나면 처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자 나로서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