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영화의 창(窓)을 떠맡겠다는 「백두대간」의 이광모 대표(36)가 영화를 만난 것은 대학원 영문과에 다니던 어느 가을이었다.『미국 독립영화 「허수아비」를 봤죠. 그건 차라리 전율이었습니다. 「이렇게 강렬하게 작가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있었구나」하는 감탄이 머리를 쳤습니다』 TS엘리엇과 제임스 조이스 등 모더니즘 문학을 좋아했던 시인 지망생은 이때부터 길을 바꾼다.미친듯이 영화관련 책을 섭렵하던 그는 미국 UCLA에 영화연출을 공부하러 가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언어가 지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영화는 전체적 경험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느낌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는 시가 빠르지만 보다 전체적 느낌을 준다는 면에서는 영화가 앞서죠』 영화가 젊은이들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현대적 감수성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매체가 영화』라고 단언했다. 문학 연극 미술 등 다른 예술매체는 전통적 양식 때문에 문명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의 우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그가 귀국해 먼저 한 일은 스펙트럼이 좁은 국내 관객들의 취향을 넓히는 것이었다. 소련의 예술감독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을 시작으로 예술영화들을 꾸준히 수입해왔고 영화강좌를 개설해 관객들의 안목을 높여 놓았다. 이제 그는 작품을 시작한다. 각종 시나리오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자신의 시나리오 「아름다운 시절」의 연출자로 나섬으로써 영화팬에서 제작자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