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뤄진 신한국당내 대선후보 경선주자 5인회동의 성격을 한마디로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이날 참석한 李洪九(이홍구)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 등이 서있는 입지나 상호 이해관계, 경선에 임하는 입장 등이 그야말로 「5인5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李會昌(이회창)대표의 기세를 어떻게 해서든 견제해보자는 측면에서는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날 회동에도 자연스럽게 「반(反)이회창 연합」이라는 이름이 따라붙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서는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대표가 대선후보경선을 불공정하게 끌어 가고 있다는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또 이들은 『당헌 당규개정 작업과정에서 당사자들인 대선예비주자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정황과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 때문에 이날 회동은 「나라와 정국을 걱정하는 모임」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모임의 정례화 △불공정 경선시비 등 이대표에 대한 지속적인 공세 △「대표 프리미엄」의 최대한 견제 등 실질적 현안에 어렵지 않게 합의했다. 반면 이대표 진영에서는 5인회동에 대해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 모임이 일단 「반 이회창 연합전선」의 모태(母胎)로 발전하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이대표 쪽도 적지 않게 긴장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대표측은 5인회동에 앞서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 등을 촉구하는 공동결의문이 채택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자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회의에서 이대표측은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문제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기(氣)싸움」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강력한 반격작전을 펴기로 했다. 아직 5인회동과 직결된 것은 아니나 범민주계 결사를 지향하는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만약 5인모임에 정발협까지 가세하면 내홍(內訌)양상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대표측은 당의 단합을 깨뜨리는 활동에는 제동을 걸면서도 불공정시비의 표적인 대표직 사퇴문제에는 탄력적으로 대처할 여지를 남기는 등 「화전(和戰)」 양면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속히 어지러워질 경선국면을 얼만큼 추스를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이날 5인회동으로 이대표의 정치역량이 드디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