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가 받은 「대가성 없는 돈」에 대해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에게서 「떡값」을 받고 『대가성이 없어 죄가 안된다』고 주장해온 정치인들이 곤경에 처했다. 떡값과 정치자금 촌지 등 대가성 없이 받은 모든 돈에 대해 현철씨의 경우처럼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돼 형사처벌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검찰이 현철씨 처벌의 근거로 삼은 법 규정은 조세범 처벌법 제9조 1항(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현철씨의 포탈액이 5억원이 넘어 가중처벌하기 위해 적용됐다). 이 조항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자」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은 것만으로는 처벌이 안된다.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89년 9월26일 선고한 판결에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라고 구체적인 해석을 내렸다. 검찰은 현철씨가 자신이 직접 또는 측근들을 시켜 1백50개의 가 차명계좌를 동원, 기업인들에게서 받은 「대가성 없는」 돈을 치밀하게 세탁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沈在淪(심재륜)대검 중수부장은 『돈세탁을 한 것은 자금의 행방과 운용 등에 관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세원(稅源)포착을 어렵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지난 94년에 나온 판결에서 『여러 은행에 2백여개의 가명계좌를 만들어 7개의 투전기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분산입금하면서 1개월 단위로 가명계좌의 개설 폐지를 반복한 경우』에 대해 조세포탈의 유죄를 인정했다.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없는 떡값이나 정치자금은 물론 조세포탈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돈이 모두 고스란히 받은 사람의 주머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돈은 모두 「증여」에 해당하므로 상속세법 등의 규정에 따라 50∼60%에 이르는 고율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총회장으로부터 떡값 받은 정치인 33명중 돈세탁한 사실이 적발되는 경우에는 현철씨처럼 조세포탈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돈세탁 사실이 없더라도 돈을 받은 것이 확인된 정치인들은 최소한 받은 돈의 절반이상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