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의 「은밀한 화두」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향후 행로다. 워낙 민감한 문제라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것은 꺼리지만 여권내에서조차 많은 사람들이 사석에선 온갖 가능성을 상정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대통령이 3일 청와대비서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정치권의 「불길한 전망」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수군거림은 그치지 않고 있다. 정치상황이 극도로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점치는 김대통령의 향후 행로는 대체로 네가지다. △신한국당총재직을 유지하되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완전중립 견지 △당총재직을 유지하면서 경선과정에 간접적인 영향력행사 △총재직 사퇴와 탈당, 그리고 최악의 경우인 △대통령직하야 등이다. 현재 여권의 공식적인 입장은 김대통령이 당총재직을 유지하되 경선과정에서 완전중립을 지킨다는 것이다. 이는 최소한의 김대통령 위상보전과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당내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것으로 현단계로서는 불가피한 여권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경선과정에 완전중립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치생리상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오랜 세월 김대통령과 고락을 같이 했고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이 김대통령의 행로와 상당부분 궤를 같이할 것이 분명한 민주계가 경선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의중을 무시한 채 독자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김대통령이 직접적인 의사표시는 하지 않더라도 민주계 주류는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속내)」을 헤아려 행동의 제1기준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민주계는 당내 최대계파로서 차기 정권에서 나름대로의 지분 확보를 위해 경선과정에서의 영향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경선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김심」개입 의혹이 제기된다면 그 후유증은 치명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내 일부 세력이 경선결과에 불복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총재직사퇴와 탈당 주장은 이같은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권 일각에선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탈당이 정권재창출에 유리하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대한 흉흉한 민심으로부터 신한국당을 「절연(絶緣)」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극히 조심스럽게 김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金賢哲(김현철)파문」과 「92년 대선자금 문제」의 귀결 여하에 따라서는 김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불가능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하야에 따른 헌정중단사태는 여권은 물론 야권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정치적 소용돌이를 야권 또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권은 김대통령이 탈당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정도에서 사태가 수습되기를 원하고 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