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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룡의원「중대결단설」배경]김대통령-이대표 겨냥한항변

입력 | 1997-04-12 08:22:00


신한국당 金德龍(김덕룡)의원이 심상치 않다. 요즘 김의원 진영 주변에선 끊임없이 「중대결단설」 「대반격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가 11일 민주계 중진모임 후 『「鄭泰守(정태수)리스트」는 한보사태의 본질을 비켜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이같은 「설」들이 단순한 「설」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는 한보사태의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기자들에게 『한보사태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물어 한보사태의 본질은 상식과 일치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제 한보사태의 「몸체」 또는 「본질」은 「92년 대선자금의혹」과 「金賢哲(김현철)씨 국정개입의혹」이라는 게 통념이 되어버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의원의 발언은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상도동 가신(家臣)」출신인 그는 지난 4년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핵심실세 중 한 명으로 金泳三(김영삼)정권의 「내밀한 사정」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실린 의도가 결코 간단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의원 발언이 결국 김대통령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발언을 『다 아는데 왜 나를 희생시키려 드느냐』 또는 『만약 내가 다치게 되면 다 불어버릴 수도 있다』는 항변 겸 「겁주기」로 해석하는 시각인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정서가 민주계내에 적잖게 확산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11일 민주계 중진모임의 한 참석자는 『현철씨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현철씨 때문에 민주계가 다 희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논의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계는 또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특정세력」의 음모도 개재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의원이 이날 『「정태수리스트」는 누가 만들었느냐』고 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의원은 이미 한보사태 수사초기에 한보연루 정치인으로 자신의 이름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해괴하고 황당하다』며 「정치음모설」을 제기한 적이 있다. 최근 민주계 인사들이 가장 의심하는 것은 「李會昌(이회창)대표―金潤煥(김윤환)고문 커넥션」. 한 민주계 3선의원은 『이대표를 정점으로 한 일부 관료집단과 김고문을 중심으로 한 일부 수구세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파멸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결국 김의원의 「중대결단설」은 김대통령과 이대표 양쪽 모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대통령과의 숙명적인 「군신(君臣)관계」가 김의원의 결단을 제약하는 것 같다고 김의원의 한 측근은 전했다. 이로 미뤄 김의원이나 민주계의 불만과 분노가 김대통령이라는 「벽」을 넘어 파국을 몰고 올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아직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계의 불만과 분노는 아직 「찻잔 속」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치적 치명상이 될 수 있는 검찰소환을 앞두고 뭔가를 보장받기 위한 「버티기」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와 국회청문회 진행과정에서 돌출변수가 생기거나 여권의 대선구도에 이상기류가 형성돼 민주계가 벼랑끝으로 몰린다면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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