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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지의 세상읽기]공부 잘하는 애들

입력 | 1997-04-05 09:20:00


『학교 가보셨어요?』 『아직…, 그런데 ○○엄마는 가보셨어요』 새봄 새학기. 엄마들 사이에 흔히 오고가는 대화다. 일년동안 내 아이를 맡을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교육상담도 하는 당연한 절차가 마치 치과의사한테라도 가듯 두렵게 느껴지고 자꾸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건 웬일일까. 소위 촌지나 선물의 부담 때문일까. 짧으나마 교단에 서 본 나의 경험으로도 또 교사인 친구들의 말을 들어봐도 알 수 있듯 그것은 선생님을 모욕하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한, 혹은 할 엄마들이 착각하듯 그로 인해 다른 아이보다 자기 아이한테 선생님의 사랑이 더가는 일도 없다. 오히려 그것을 받았든 거절했든 간에 교사쪽은 일단 느껴지는 모멸감 때문에 기껏해야 역효과만 나게 마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엄마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아마 내 아이가 새학기가 시작된 뒤 한달동안 선생님의 객관적 눈에 어떻게 비쳐졌을까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한 반에 「일등이 오십명」이라는 말이 있듯 모든 엄마에게 있어 자기 아이는 가장 똑똑한 아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의 엄마조차도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라고 하지 거꾸로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집중을 못한다는 건데요, 집중하지 못하는 머리가 그게 결국 나쁜 머리거든요』라고 나불거렸다가 그날로 잘린 적이 있었다. 물론 내 아이를 갖기 이전,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 선생할 때 일이다. 난 어땠을까. 성적이 떨어지면 눈물부터 펑펑 쏟아내시던 어머니의 열성덕으로 초등학교 일학년 이학기부터 과외수업을 받았고 공부도 꽤 잘했었지만 그 덕분으로 어렸을 때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던 불행한 아이였다고 기억된다. 그래서 난 내 아이들에게 공부를 전혀 강요하지 않았다. 친정 어머니한테 『너는 교육(敎育)하는게 아니고 사육(飼育)한다』는 말까지 들어가면서…. 하루는 초등학교 다니던 막내가 친구 십여명을 집으로 데리고와 거실에 앉혀놓더니 부엌에 있는 내게로 살짝 와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맛있는거 많∼이 해줘요.(웃으며) 쟤네들 다아∼ 나보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거든』 아이 말대로 맛있는거 내가면서 내 목이 왜 그렇게 메었던지…. 내가 언젠가 아이에게 『엄마는 공부 잘하는 애를 좋아한다』고 말은 했었던 모양이다. 최연지 〈방송작가〉 ▼ 알림 ▼ 세상읽기의 필자가 바뀝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차명옥씨 대신 이번주 부터는 TV드라마 「애인」으로 널리 알려진 방송작가 최연지씨가 새로 글밭을 가꿉니다. 황인홍씨는 계속 쓰게 됩니다. ▼崔連芝(최연지)씨 약력 ▽54년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한국 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한국일보기자 국제회의 동시통역사 한국외국어대 강사 ▽방송드라마 대표작―질투 연인 다시 만날때까지 애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