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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국민이 깨어야 나라 바로선다

입력 | 1997-02-19 20:17:00


『내 부덕한 몸으로 외람되게 백성 위에 앉아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곤궁하게 만들었으니 나의 죄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널리 하지 못하고 측근만을 높였으니 나의 죄요, 뇌물을 주고 받음이 공공연하되 징벌하지 못했으니 나의 죄요, 만백성의 생업을 뒤숭숭하게 하고 이웃 나라에서 신의를 잃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게 했으니 나의 죄라. 비통하고 황망해 진실로 제왕의 자리에 앉은 즐거움이 없노라』 임오군란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고종은 이처럼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자책하며 개혁을 다짐했다. 위나라 문공은 신하들에게 『내가 훌륭한 임금인가』 하고 물었다. 한결같이 『훌륭하십니다』라고 말했다. 유독 한 신하가 『훌륭하지 않습니다. 대소사를 그르치고 계십니다』라고 했다. 문공은 불호령을 내리고 그 신하를 궁궐밖으로 내쫓았다. 다음 신하 역시 『훌륭하십니다』라고 답했다. 그제서야 『왜 그러느냐』 하고 물었다. 신하는 『방금 쫓겨난 신하처럼 직언할 수 있는 신하를 거느릴 수 있었기에 그렇습니다』고 했다. 문공은 크게 뉘우치고 궁궐밖 신하를 불러들였다. 2천3백여년 전의 얘기다. 김영삼대통령은 반성과 자책을 해야 마땅하다. 문공처럼 「신하다운 신하」가 없음에 깊이 주목해야 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는 모른다』고 발뺌하기에만 바쁘니 삭풍에 홀로 선 대통령의 이미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으로 굴절돼 비통함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의 어둠이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진정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한국정치 뿐인듯 여겨져 열이 나고 혈압도 오른다. 어떻게 해야 훌륭한 지도자를 뽑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이는 오로지 깨인 백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겠다. 『영도다리 아래 빠져 죽자』는 망언에 휩쓸려 판단을 그르치고 「목포의 설움」 「핫바지론」에 볼모가 되는 국민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양털을 깎는 사람이 아닌 가죽을 벗기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된다. 정치를 「개인의 이익을 위한 공공업무 행위」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외면해야 한다. 비겁한 국민 중에서 영웅이 나오지 않고 어리석은 국민 가운데서 대정치가가 나온 적이 없다. 과거를 망각해서는 실패를 되풀이한다. 똑똑한 국민이 훌륭한 나라를 만든다. 제발 눈 좀 뜨소서. 조용철(호남대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