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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정상회의]美-中 정상회담 의미

입력 | 1996-11-25 20:19:00


「朴來正기자」 미국 빌 클린턴대통령과 중국의 江澤民(강택민) 국가주석이 24일 마닐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양국 정상회담에서 내년중 상호방문에 합의함으로써 美中(미중) 두나라의 관계는 일단 본격적인 화해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李登輝(이등휘) 대만총통의 방미로 악화되기 시작한 미중관계가 「봉쇄와 견제」의 원칙에서 「개입과 호혜」의 노선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 방문계획은 그동안 미측 외교채널을 통해 여러차례 흘러나온 게 사실이다. 미국대선 직후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등은 집권 2기를 맞은 클린턴행정부의 최우선 외교목표가 대중 관계개선임을 들어 △핵기술 중국판매 △인권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서 양보할 뜻을 피력했고 앨 고어 부통령도 내년 상반기중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변화는 냉전체제의 와해이후 높아진 중국과의 갈등이 동북아 안정은 물론 중국내 개방개혁론자들과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교역파트너로 등장한 중국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략적인 고려에 기인하는 것. 반면 중국은 인권문제 대만문제 등에서 기존 입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미측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강국가주석 등 지도부의 입지강화에 좋은 기회를 마련한 셈이 됐다. 이번 회담이 미측의 공식적인 요구로 개최됐다는 점도 중국의 「뚝심」이 적잖은 효과를 발휘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 사실 내년 7월 홍콩의 중국반환과 15차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미국과의 동반자적 관계구축은 중국에도 절실한 과제의 하나였다. 그러나 미중 정상이 무성한 예상과 달리 내년 정상회담 일정을 지나치게 「막연하게」 잡은 사실은 관계개선을 가로막는 걸림돌들이 아직도 적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위협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공화당 주도의 미의회가 여전히 친선방문에 부정적인 데다 미국기업들의 현실적 이익과 직결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문제가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