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23)

입력 | 1996-11-24 20:10:00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30〉 나는 워낙 어울려 다니는 것도 싫어하거니와 특히 물건을 살 때는 언제나 혼자 다니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누군가는 여행을 함께 하면 상대의 성격과 인간됨을 다 알 수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고스톱을 쳐보면 그렇다고 하는데, 물건을 함께 사러 다니는 것도 그 못지않게 사람의 속내가 노출된다. 내가 쇼핑하러 혼자 다니는 것은 동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내 취향이나 물건 사는 방식에서 성격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리는 정반대였다. 그애는 물건 고르고 사는 일을 즐거워했고 남의 쇼핑에 참견하는 것까지도 좋아했다. 말하자면 무엇을 결정하는 일을 좋아하는 거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기의 결정에 대해 두고두고 호평을 그치지 않는다. 『언니, 그 부츠 말야. 지퍼 있는 걸로 사기를 잘 했어. 그래야 두꺼운 양말도 신을 수 있지. 난 추위를 많이 타거든』 『아까 내가 빨간색 머그잔 사니까 언니는 그거 못마땅한가 보더라? 언니는 찻잔 살 때 대충 무난한 걸로 고르지? 아마 빨간색 찻잔 같은 건 안 써봤을 거야. 양철이라 손잡이가 좀 뜨겁긴 하겠지만 차 마시는 기분은 제대로 날걸. 싫증나면 버리면 되고. 그래서 난 찻잔 같은 건 비싼 거 절대 안 사』 『숄더백은 검정보다는 갈색이 훨씬 나아. 캐주얼한 옷에 검정은 좀 무거워 보이잖아. 언니, 내 덕분에 때깔 있는 물건 고른 줄이나 알아. 언니가 고른 건 너무 밋밋하더라. 백은 심플한 게 좋지만 그래도 강조점은 하나 있어야지. 금속장식이라도 그건 광택이 은은해서 유치하진 않더라』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애리는 무슨 일이든 내 성격에 빗대서 말하길 좋아한다는 게 문제였다. 『언니는 물건을 왜 그렇게 대충 골라?』 『또 무슨 말 하려고 그래?』 『언니는 모든 상황에서 완전한 주체는 되지 않고 거리를 두고 관망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런 게 언니가 사는 방식인 모양이지?』 …내가 사는 방식? 나는 옆눈으로 애리를 흘끗 쳐다본다. 조수석에 않은 애리가 머리를 움직여 내쪽을 쳐다볼 때마다 옅은 향수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옆모습의 선이 섬세하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