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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RD, 사회주의붕괴 6년 분석…동유럽권-구소련권

입력 | 1996-11-04 20:31:00


「런던〓李進寧특파원」 공산체제붕괴 6년째인 동유럽과 옛 소련지역의 경제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북한의 체제붕괴를 가정할 때 타산지석이 될 만한 점은 어떤 것인가. 옛 소련과 동유럽이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것을 돕기위해 지난 91년 설립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4일 이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96년도 체제전환보고서」를 발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체제전환은 생각보다 원활치 않지만 결국 시장성이 높은 곳이 과거의 공산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동유럽 14개국과 옛 소련 11개국의 경제성장을 분석했다. 동유럽국가들은 지난 93년부터 실질경제성장을 시작한 이래 95년 5.2%성장했고 올해는 4.0%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2000년까지 연평균 4∼5%대의 실질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옛 소련지역은 대부분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그 폭이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평균 2.8%의 실질성장을 기록하는 등 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것. 이 보고서는 동유럽과 옛 소련지역을 통틀어 각국을 체제전환 정도에 따라 선진 중간 초기 등 3개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 경제상황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선진그룹〓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발트3국 등 9개국. 이들 국가는 체제전환이 대부분 이뤄져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이 민간부문에서 이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유럽연합(EU)에 가입하거나 가입신청을 내는 등 서방경제권의 일원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를 무시한 대규모 및 중공업 편중의 산업구조와 인력 및 에너지 낭비적인 기업구조로 인해 대부분 기업들이 경쟁력이 약하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투자재원조달을 위한 금융기관도 취약한 상태. ▼중간그룹〓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 루마니아 등 12개국.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이 대세이며 GDP에서 차지하는 민간부문의 비중 30∼50%에 이른다. 이들 국가는 그러나 저성장과 물가 및 환율 불안을 겪고 있는 등 경제안정기조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 일부 국가는 경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개혁을 지연시키거나 가격과 외환거래 등에 있어 새로운 규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그룹〓벨로루시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크 등 4개국. 이들 국가는 아직도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정부의 중앙계획에 따라 이뤄진다. 이 결과 민간기업의 생성과 발전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어 GDP중 민간부문비중이20%안팎이다. 이 보고서는 공산권의 체제전환속도가 90년대 초반 5년에 비해 지금은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초기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용이한 개혁과제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구조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과제들만 남은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 보고서는 대표적인 과제들로 △대규모 기업의 민영화 △기업의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확립 △금융개혁 및 자본시장 육성 △독점구조의 완화 △시장원리에 입각한 노동시장 구축 △방만한 사회보장제도 정비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뒷받침할 각종 제도의 정비 등을 들었다. 이 보고서는 공산권의 체제전환이 동유럽과 옛 소련의 경험으로 볼 때 상당히 어렵고 고통이 수반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북한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통일전단계에 미리 시장경제와의 접촉과 협력 개방으로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토록 유도하는 것이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첩경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