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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서소문 사고 우려… 전국 117곳 위험 교량

제2 서소문 사고 우려… 전국 117곳 위험 교량

Posted May. 30, 2026 08:29,   

Updated May. 30, 2026 08:29

제2 서소문 사고 우려… 전국 117곳 위험 교량

“설마, 그렇게 위험한 다리인가요?”

29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경주교에서 만난 주민 박모 씨(54)는 이 다리가 안전점검에서 3년 연속 ‘즉시 사용 금지’에 해당하는 E등급을 받았다는 말에 이렇게 반문했다. 박 씨는 “거의 매일 이곳을 다니고 있지만, 전혀 몰랐다. 앞으로 다른 곳으로 우회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날 왕복 6차로에 보행로를 둔 경주교를 이용하는 시민 가운데 입구에 걸린 노란색 ‘구조 안전 위험시설물’ 표지판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표지판에는 ‘시설물안전법 제25조에 따라 이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은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지만 통학버스와 승용차, 화물차는 멈춰 서지 않고 수십 대 지나갔다. 경주교 아래로는 북천변을 따라 산책하는 시민도 보였다.

●부실 교량 전국 117개

29일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3만7915개 교량 중 안전점검에서 D등급인 교량은 104개, E등급인 교량은 13개로 집계됐다. 안전점검은 교량 등 시설물을 대상으로 결함 여부를 조사해 안전한 상태인지 평가하는 절차로, 해당 시설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한국도로공사 등이 민간 전문업체에 위탁해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총 5단계 중 네 번째인 D등급은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가리킨다. E등급은 가장 심한 상태다. 최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는 2019년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해 진행된 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후에도 바닥 붕괴와 콘크리트 탈락 등이 반복되면서 철거가 결정됐고, 지난해부터 철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경북 경주시 경주교의 경우 △2023년 교각 균열 발생 △2024년 교량 주요 구조 부위 철근 부족 △지난해 교량받침의 파손 등 안전점검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되면서 3년 연속 E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20t 이상 차량의 통행만 제한한 채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경주시 도로과 담당자는 “소형차는 지나가도 큰 지장 없다는 전문가 소견에 따라 대형차는 왕복 6차로 중 1개 차로로 다니도록 제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E등급을 받은 뒤로 보강 공사를 매년 해왔지만, 시설 노화 심해서 더는 등급 못 높인다고 판단”했다며 “다리를 전부 철거하고 재설치할 계획을 세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경기 이천시 매곡교와 앵산교, 강원 횡성군 춘당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 다리 모두 차량 높이나 무게를 기준으로 대형차량 통행을 제한하곤 있지만, 다른 차량과 보행자들이 지나는 데는 제약이 없다.

나머지 9개 E등급 교량은 통행은 막고 있지만 일부는 아직 철거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일부 구간 침하 발생한 울산 중구 구삼호교는 같은 해 12월 E등급을 받기 전부터 통행이 막힌 상태로 일부 철거 작업이 이뤄졌다. 강원 홍천군 수하교는 2023년 12월 최초 E등급 받은 뒤 지난해 9월 교량 개축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말 철거된 상태다. 반면 경북 문경시 별암교와 충남 예산군 둔리1교는 아직 철거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산 부족과 민원 부담에 대처 늦어

지자체들은 교량 재설치 예산 확보와 차량 통제 민원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교는 연간 차량 3만 대 지나는 핵심 다리다 보니 민원이 빗발칠 게 걱정돼 (통행을) 막는 게 어렵다”라며 “설계에서부터 행정절차를 밟는 데만 1년 이상 걸리고, 국비 지원 사업 대상이 아니라 480억 원 전액 시비로 해야 하다 보니 예산 확보도 난항”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홍천군 수하교 관리 담당자는 “보통 교량 공사비가 철거, 재시공까지 합치면 짧은 교량은 20억 원, 100m가 넘어가면 80억원 정도 하다 보니 지방에선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그 정도 규모의 공사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교량은 제때 보수·보강하지 않으면 서소문 고가차도처럼 나중에 철거·재설치 과정에서도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보수·보강이 늦어질수록 구조물 상태가 악화하면서 오래된 구조물을 철거하거나 재시공할 때 공사의 난도가 높아지고, 예상치 못한 변형이나 불안정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송진호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