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2024.6.6 뉴스1
북한이 3월 개정한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기 사용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개정 헌법에 포함됐다. 김 위원장이 공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핵 방아쇠’ 체계의 법적 근거를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6일 통일부 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 새 헌법은 영토조항을 신설했다. 헌법 제2조에 “조선민주주의민민공화국(북한)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해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명시한 것. 북한은 기존 헌법 중 통일, 민족 등 개념도 삭제했다.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선언한 북한이 헌법을 통해 남북을 경계를 맞댄 두 국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후 북한이 헌법에 영토조항을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는 대한민국 헌법 3조와 배치되는데다 남북 경계에 대한 이견이 있는 만큼 남북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나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헌법 89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 ‘국무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 사용권한을 위임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북핵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권한을 강조하면서 유사시 핵 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무기 사용 권한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사용권한을 헌법으로 격상한 것으로 위임 권한을 명시한 것은 핵 선제 공격, 신속 타격을 위한 것”이라며 “유고 시 김 위원장이 결정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핵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정헌법은 서문에 있던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김정은 유일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권오혁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