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말 179명이 숨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2개월 넘게 지났는데도 희생자의 유해와 유류품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무안공항에 있는 참사 잔해물에 대해 지난달부터 정부가 합동 재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희생자 유해로 추정되는 것이 64점이나 나왔다. 이 중 9점은 DNA 감식 결과 희생자 7명의 유해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검사가 진행 중이다. 유가족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맨 희생자의 흔적이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돼 있었다.
참사 당시 당국은 한 달 가까이 수색을 벌여 현장과 주변에서 약 1000여 점의 유해를 수습했다. 함께 수거된 잔해물 중 핵심 엔진과 주요 부품은 따로 옮겨 정밀조사를 진행했고, 나머지는 중요도가 낮다며 포대 등에 담아 이제껏 방치해 왔다. 잔해물에 유해와 유류품이 섞여있을 수 있으니 다시 살펴봐 달라는 유가족들의 거듭된 요구 끝에 지난달부터 재분류 작업을 하자 유해가 다수 발견됐다. 심지어 25cm 길이의 희생자 다리뼈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국토부는 “잔해 수습 99% 완료”를 선언했는데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뒤늦게 유해가 발견되면서 일부 유가족들은 희생자들과의 세 번째 이별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됐다. 참사 직후인 지난해 1월 각자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은 지난해 2월엔 사고 현장에서 추가로 발견된 흔적을 모아 합동 장례식을 거행했다. 한 유가족은 “이미 아버지의 묘소에 풀이 무성한데 이제 와서 다시 무덤을 파고 다시 장례를 치르라는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정부가 유가족들의 요구에 일찍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참담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서울시는 사고 잔해를 난지도에 매립했는데, 유족들이 직접 쓰레기를 손으로 뒤져 유해를 수습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때도 야적장 쓰레기 더미에서 유해가 발견됐다. 수십 년이 지났건만 참사 희생자를 대하는 무신경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유해 한 점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남아 있는 잔해물을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사고 초기 부실했던 수습 과정과 유해가 장기간 방치된 경위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전히 ‘그날’에 멈춰서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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