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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병원이 어딘가요?” 노년층 홀리는 ‘전문가 AI’

“선생님 병원이 어딘가요?” 노년층 홀리는 ‘전문가 AI’

Posted February. 10, 2026 08:33,   

Updated February. 10, 2026 08:34


78세 남성 A 씨는 유튜브 노년 건강 채널 애청자다. 머리가 희끗한 베테랑 의사가 관심사만 족집게처럼 알려줘 유용하다. 특히 마음을 끄는 건 다정함이다. “냄새 때문에 손주가 가까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되시죠?” “우울한데 자식들에겐 폐 끼칠까 봐 티 못 내시겠죠?” 동년배라 그런지 심신이 약해지면서 올라오는 감정들을 귀신같이 집어낸다.

70대 중반 여성 B 씨는 종일 유튜브 시니어 사연 채널을 틀어둔다. ‘아들 앞에서 내 뺨 때린 며느리’, ‘남편 장례식장에서 울던 여자, 알고 보니 내 친구’…. 한두 시간 길이의 영상은 어떤 TV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몰입도 더 잘 된다. 되돌려 감기와 반복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동영상 시청 시간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덩달아 시니어 전문 채널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진짜인 척하는 가짜라는 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인물들은 자신을 ‘46년 경력 한의사’ ‘35년 경력 내분비내과 의사’라고 소개한다. “논문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했다”라고 강조하지만, 출처를 명확히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AI 전문가의 성별과 연령대는 보통 채널 성격에 맞춰 설정된다. 가장 흔한 콘셉트는 대학교수 출신 은퇴 의사다. 시니어 피부를 다루는 채널은 50대 여성 의사를 내세우기도 한다. 정서적 고립과 건강 문제로 불안감을 느끼는 노년층은 이들에게 쉽게 매료된다. 한국말이 유창한 외국인 AI 의사에게도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시니어 사연 역시 AI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한 시니어 롱폼 제작 전문가는 “‘조회수가 높은 타 채널 사연의 대본을 복사한 뒤 주인공 이름과 지명만 바꿔 AI로 새 사연을 만든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실제 사연이 아니라는 점은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연을 메일로 보내 달라’는 문구를 덧붙여 교묘하게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채널도 적지 않다.

노년층은 AI 취약 계층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상 인물은 노년층이 흔히 앓는 질환을 겨냥해 공감의 언어로 거리를 좁힌다. 의사 가운과 진료 경험담은 이들의 권위에 힘을 싣는다. 알고리즘이 비슷한 채널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면, AI 전문가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유튜브는 AI로 만든 콘텐츠에 ‘변경되었거나 합성된 콘텐츠’라는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AI 기본법에 따라 AI 콘텐츠에 대한 표시 의무도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노년층은 많지 않다. 실제 ‘어르신들, 진짜가 아니니 속지 마시라’는 우려의 댓글이 달려도, 대다수는 동요하지 않는다.

정부는 가상 전문가를 내세운 광고를 규제한다고 밝혔다. 조회수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유튜브 채널 역시 가짜로 시청자를 현혹해선 안 된다. 최근 AI 영상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가 넘쳐난다. 노년층에는 제작 기술보다 믿을 만한 정보를 가려내는 기준과 맞춤 영상이개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교육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