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현직 장관이 사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통일교 후원 논란이 여권 전반으로도 확산되는 가운데 야당은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통령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예정”이라며 “사의는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고위급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전 장관의 사의 수용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일교 연루 의혹이 제기된 고위직 인사들에 대해 대통령이 거취 관련 가이드라인을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야 가리지 않고 엄정 수사한다’고 밝힌 만큼 관련된 분들은 거기에 맞춰서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장관직을 내려놓고 (의혹에)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면서 “허위사실 때문에 정부가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의를 밝혔다. 다만 전 장관은 “불법적 금품 수수 얘기는 명백하게 아주 강하게 사실무근”이라며 “불법적인 어떤 금품 수수도 단연코 없었다”고 했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김건희 특검 조사에서 ‘2018∼2019년 전 장관에게 현금 3000만∼4000만 원이 든 쇼핑백과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등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연루 의혹이 제기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씨와의 한 차례 만남은 인정했지만 금품 수수 의혹은 부인했다. 정 장관은 ‘2021년 9월 윤 씨를 처음 만났지만 그 뒤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정치를 시작해서 단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다. (금품 수수는) 낭설”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을 만나기 전인 2021년 5월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인 천주평화연합(UPF) 호남·제주지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것은 물론이고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인 올해 8월에도 통일교가 주관한 통일행사에 축사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통일교 게이트’로 규정하며 특검을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피하지 말고 특검을 수용하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민주당이 의혹을 털어내고 싶다면 특검을 받으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