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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농구 코트에 프로의 척도를 세우다

Posted December. 09, 2025 08:13,   

Updated December. 09, 2025 08:13

동네 농구 코트에 프로의 척도를 세우다

〈5판용〉“점수 차이가 얼마가 나든 여기서는 절대 설렁설렁 뛰는 법이 없어요.”

이용진 서울시농구협회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6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체육관에서 업템포와 아울스가 맞붙은 2025 D3 서울 챔피언십 농구 디비전리그 결승전 도중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업텝포의 일방적인 우세로 흘러갔다. 업템포는 전반전을 48-11로 앞선 채 끝냈고 3쿼터 종료 시점에는 76-24로 점수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결국 업템포가 97-41로 승리하면서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올해부터 ‘K-디비전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산재한 동호인 농구 대회를 통합 관리하기 시작했다. K-디비전은 프로 리그를 D1, 프로 2군 리그를 D2, 동호인 농구를 D3∼D5 및 독립리그로 분류한다. 요컨대 D3 리그는 취미로 농구를 즐기는 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최상위 레벨이다. D3 리그 경기 때는 엘리트 선수 출신(선출)도 한 번에 두 명까지 코트를 밟을 수 있다.

업템포에서는 방덕원(37·센터)과 김현준(22·가드)이 선출이다. 키 207cm인 센터 방덕원은 2011∼2012 프로농구(KBL) 신인드래프트 때 전체 14순위로 KT에서 지명을 받았던 이력이 있다. 이날 16득점, 7리바운드에 도움과 가로채기 각 5개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현준도 학창 시절 서울 삼선초-삼선중-경복고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선출이 아닌 이들 역시 디비전 리그에 참가하려면 선수 등록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 디비전 시스템 기틀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탠 김수빈 서울시농구협회 부회장은 “시작은 모든 동네 농구인까지 다 선수로 등록해 관리하자는 것이었다”며 “올해 D3 서울 농구 디비전 리그 겸 서울시장배 대회는 16강부터 프로농구 SK 안방 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렀다. D3 선수들이 프로 경기가 열리는 무대에서 뛰는 경험을 얻을 수 있어 뜻깊었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 및 팀 기록 역시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40대로 넘어가며 코트보다는 벤치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정준호 업템포 플레잉코치(43)는 “요즘 선수들이 정말 부럽다. 우리가 한창 뛸 때는 기록이 제대로 안 남아있는데 디비전 체계가 갖춰지면서 협회에서 대회마다 세부 기록도 홈페이지에 올려주고 웬만한 경기는 다 유튜브에 영상이 남는다”며 웃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생활 체육 저변을 넓히겠다’는 목표로 2017년 디비전 리그를 도입했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회를 치르면 비(非)엘리트 팀은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리그제 방식으로 대회를 치르는 동시에 ‘상위 리그로 올라가고 싶다’는 목표 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만든 제도가 디비전 리그다.

농구 디비전리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배구, 하키, 핸드볼과 함께 올해부터 디비전 리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올해 디비전 리그 신설·운영 예산으로 약 245억 원을 투입했다.

농구는 일단 올해는 토너먼트 방식 7개 대회에 D3 리그라는 이름을 붙여 시즌을 치렀다. 내년부터는 풀 리그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또 현재는 D3 리그 내에서도 팀별 실력 차이가 커서 내년에는 현재 상위 12개 팀만 D3 리그에 남기고 나머지 팀은 D4 리그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이러면 승강제도 자연스레 시험해 볼 수 있게 된다.

이 수석 부회장은 “프로 바로 밑인 D3 리그부터 체계적으로 운영이 되면 D3 리그가 프로에서 기회를 잃은 선수들이 다시 도전해볼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시즌 KBL 신인 드래프트에 동호인 자격으로 참가해 프로농구 역사상 첫 ‘비선출’ 지명자가 된 정성조(25·삼성)의 존재는 향후 프로 레벨을 포함한 승강제 구축도 불가능한 꿈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