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1심 재판의 항소 포기 사건을 두고 검찰 내부가 들끓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지도부에 항소 포기에 대한 설명을 공개 요구한 검사들을 ‘친윤 정치 검사’로 규정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수사공판팀의 항소 방침을 막은 이번 항소 포기 사건은 대다수 검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안이었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추가 설명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낸 일선 검사장 18명 중 12명은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친윤 검사’들은 이미 승진 대상에서 누락된 상태였다.
입장문 맨 앞에 이름을 올린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2019년 법무부 대변인을 지내며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에 연루된 조국 당시 장관의 입 역할을 했다. 당시 몸무게가 10kg 가까이 빠지는 등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사장에 승진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고검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가깝다면 오히려 여당 쪽에 가까운 인사다.
검사장들의 입장문을 ‘항명’으로 규정한 민주당이 평검사 전보 등 사실상 강등 조치와 징계를 검토하며 엄포를 놓았고 결국 박 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마약수사 전문가인 박 지검장은 ‘마약범죄 전담 합동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는데 사의 표명으로 합수부 출범도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게 검사로서 당연한 일이다. 대다수 검사들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 검찰 내에선 오히려 이번 입장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그동안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하라는 옛 속담이 생각나는 이유다.
범여권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19일 검사장 18명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며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민주당 내에선 징계를 이유로 검사장들의 사표 수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조작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관인 건 그다음이다. 항소 포기에 관여한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고 야당이 “인사 폭거”라고 반발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인사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매우 부당하고 설득력이 없다”, “실력도 출중하고 인품도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엄호에 나선 것이다. 박철우 지검장은 추미애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대변인 출신인 두 사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1명은 영전하고 1명은 징계 대상이 됐다. 누구는 ‘친윤 검사’로, 누구는 ‘실력도 인품도 훌륭한 검사’로 운명이 달라진 것이다.
요즘 민주당을 보면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면 ‘내로남불’, 억지 주장을 펴도 된다는 집단 최면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여당 대표가 “딴지일보가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말할 정도이니 딴지일보를 보지 않는 이들은 민심을 말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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