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후 뒤늦게 작성된 이른바 ‘사후 선포문’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결재한 사실이 3일 확인됐다. 내란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요청으로 이 선포문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가 이뤄졌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특검은 이를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인지한 주요 단서로 보고, 5일 조사에서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최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사후 선포문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7일 대통령께 서명을 받았다”는 A4용지 2장 분량의 진술서를 받았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지난해 12월 3일) 국무위원들에게 배부된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누락돼 있었다. 강 전 실장은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한 문건이 존재하나’ 등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강 전 실장은 뒤늦게 새로운 계엄 선포문을 작성한 뒤 5일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각각 서명을 받았다. 7일엔윤 전 대통령의 결재까지 받았다고 한다.
진술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선포문 폐기도 보고를 받았다. 한 전 총리가 12월 8일 아침 전화를 걸어 ‘문서가 없더라도 국무회의 실체는 있지 않느냐’고 했다. 한 전 총리가 전화를 건 시점은 김 전 장관이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된 직후였다. 이틀 뒤인 10일 이를 윤 전 대통령에 보고하고 문서를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실장은 사후 선포문을 두고 “행정 절차처럼 보이기 위해 표지를 만든 것”이란 취지로 특검 등에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이 한 전 총리 서명을 받지 않은 기존 비상계엄 선포문의 법적 하자를 인지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새 문건을 만들려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전 민정수석을 불러 당시 상황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은 이날 ‘삼부토건 띄우기’ 의혹과 관련해 본사와 계열사, 전·현직 대표의 자택 등 총 13곳을 압수수색했다.
고도예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