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2주가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한덕수 차출론’에 매몰된 사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지지율이 자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모두 저마다 ‘반이재명’을 띄우며 지지율 상승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손절’ 등 중도 외연 확장을 시도하기보다는 이미 결집돼 있는 보수 지지층의 눈치를 주로 살피다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15∼17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무선전화 면접 100% 방식.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전주(37%)보다 1%포인트 오른 38%로 2022년 대선 이후 갤럽 조사 기준으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각 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6%,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2% 순이었다. 보수진영 후보들은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을 나타낸 것.
대선 결과를 가를 중도층에선 격차가 더 두드러졌다. 중도층 응답을 기준으로 이 전 대표의 선호도는 40%였고 이어 홍 전 시장이 6%로 34%포인트 격차였다. 한 전 대표는 5%, 한 권한대행, 김 전 장관이 각 4%였다.
국민의힘 주자들과 이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건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직도 국민의힘 근처에 드리워져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당 일각에선 “탈당으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당 지도부는 여기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던 사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5명이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창당 발표를 예고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돌발 악재 역시 쌓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선 후보들 역시 윤 전 대통령 문제를 두고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찬탄파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탈당은 책임정치의 최소한”이라고 한 반면에 반탄파인 홍 전 시장은 “시체에 또 난도질하는 그런 짓을 하는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등 윤 전 대통령 문제가 여전히 경선판의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차출론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중도층 지지율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기존 후보들의 지지율을 잠식하면서 다른 후보들이 세를 얻을 기회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