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71세에 전문대 입학… “세상 바꾸어 살아도 살만해”

71세에 전문대 입학… “세상 바꾸어 살아도 살만해”

Posted April. 04, 2025 07:18,   

Updated April. 04, 2025 07:18

71세에 전문대 입학… “세상 바꾸어 살아도 살만해”

“기다리던 입학식 날 보호자가 된 딸내미가 프리지어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축하하러 왔다. 참, 세상을 바꾸어 살아도 살 만하다.” 지난달 신안산대 아동보육과 25학번으로 입학한 전경자 씨(71)가 쓴 글 일부다.

전 씨는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자녀들을 다 키우고 퇴직을 한 뒤에야 초등학생 때 한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너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그때부터 전 씨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집도 두 권 냈다. 2021년 한국문학 올해의 작품상, 2023년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향토문학상 동상 등을 받았다. 학업도 이어갔다.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본 뒤 수원 계명고가 운영하는 2년제 교육과정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전 씨는 “(스스로)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해본 적 없어 살면서 서러운 눈물을 많이 흘려봤다”며 “후회하지 않고자 늦었지만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늦깎이 학생 전 씨는 지역 사회에 재능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에 신안산대 아동보육과에 입학했다. 홍은숙 학과장은 “전 씨가 다른 4년제 대학 문예창작과에도 합격했지만 아동 발달을 공부하고 시기별 적합한 책을 읽어주고 싶다며 우리 대학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전 씨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거주한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안산시 학교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오간다. 지난달에는 2주간 심한 몸살감기를 앓았지만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전 씨는 “열심히 배워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남은 인생이 더 행복할 것 같다”며 “아이들이 곧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MT 등 캠퍼스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낭만도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문대에는 전 씨처럼 늦은 나이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이 많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학생을 위해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 기관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