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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출산율 반등… 마냥 손뼉 칠 일 아니다

9년 만의 출산율 반등… 마냥 손뼉 칠 일 아니다

Posted January. 31, 2025 07:28,   

Updated January. 31, 20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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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A는 3년 전쯤 결혼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만났던 그는 “애는 안 낳을 것”이라고 했다. 애를 키우는 데 돈과 시간을 다 써 버리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철철이 단둘이서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전쯤 A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왜 마음이 바뀌었느냐”고 묻자 그는 씩 웃기만 했다. 부모급여를 비롯한 정부 지원 확대가 영향을 미쳤냐고 다시 물었다. “돈 더 준다고 애를 낳는 건 아니지. 그래도 애 몫으로 이것저것 나오니까 부담이 줄긴 하더라고.”

지난해 출산율은 9년 만의 반등이 확실해졌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5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매년 떨어져 왔다. 1.24명이었던 출산율은 2023년 0.72명까지 하락했다. 출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선 건 반가운 일이다. 실제 합계출산율이 0.75명을 보인다면 통계청 추계보다 빠르게 반등하는 셈이 된다. 통계청은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출산율이 올해 0.65명(중위추계 기준)까지 떨어진 뒤 2026년부터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0.7명대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숫자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이다. 출산율이 0.7명으로 두 세대만 지속되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부모’의 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현재 부모 세대 1000명이 700명의 아이를 낳고, 자녀 세대 700명은 다시 490명의 아이를 낳기 때문이다. 사망률, 이민 등에 따라 전체 인구 감소 속도는 달라지겠지만 나라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출산율 반등이 이어질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부모가 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1982년까지 80만 명이 넘었던 한국의 출생아 수는 1990년 60만 명대까지 떨어졌다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70만 명대로 잠깐 반등했다. 이 시기에 태어났던 아이들이 올해 30∼34세가 됐다. 올해 24세인 2001년생들은 56만 명이 태어났고, 그때부터 15년 동안 연간 출생아 수는 40만 명대였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올해도 출산지원금을 나눠줄 계획이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 100만 원을 주는 경기 고양시는 올해 7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부산의 부산진구는 둘째와 셋째 아이에게 지급하던 출산축하금을 각각 30만 원, 40만 원씩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금성 지원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9∼2021년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출산장려금을 100만 원 지급하면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만든 부처조차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킬 수 없어 힘들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반등의 추세를 이어 가려면 우리의 일하는 문화 자체를 되짚어 보는 게 더욱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