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여객기 양쪽 엔진과 충돌한 조류는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돌 직전 여객기 기장과 부기장이 새 떼를 인지했으며, 공항 폐쇄회로(CC)TV에서도 여객기와 새 떼가 접촉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2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참사 유가족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초기 사고 조사 현황을 공개했다. 현장 조사와 블랙박스인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관제 교신 기록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다.
사조위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사고 여객기 양쪽 엔진에서 수거한 깃털과 혈흔 시료 17개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창오리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가창오리는 군집성이 강해 많게는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한국에서 30만 마리가 월동하며 서해안에는 10만 마리 정도가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위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충돌 약 5분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 57분 50초경 여객기에 ‘조류 활동 주의’를 전달했다. 오전 8시 58분 11초경 기장과 부기장은 ‘여객기 아래 새 떼가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그로부터 39초 뒤인 오후 8시 58분 50초경 CVR과 FDR 기록은 모두 중단됐다. 기장과 부기장이 새 떼를 인지한 직후 새 떼와 충돌해 여객기의 전력 공급 중단(셧다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무안공항 CCTV에는 여객기와 새 떼가 접촉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조위 관계자는 “멀리서 찍힌 영상이라 충돌 여부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조위는 초기 사고 조사 내용을 27일까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전달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다. 또 기체와 엔진 이상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정밀 조사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