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움츠리던 친윤(친윤석열)계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공격을 본격화했다.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은 17일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은 하나의 프레임이자 당원 모욕”이라며 “검찰 중간 간부에 불과하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친한(친한동훈) 측에선 “저열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장동혁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가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반대로 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일이 다가오며 당대표 후보군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친윤계 일각에서 “나경원 의원이 한 전 위원장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가운데 나 의원은 이날 “우리 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율을 회복하고 살아 있는 야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패스트트랙과 조국 사퇴 투쟁”이라며 “우리가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고 결연해져야 한다”고 했다. 전날엔 ‘나경원 특보단(특별보좌단)’ 행사에 참석했다. 당권주자로 꼽혔던 안철수 의원은 “눈앞의 정치 쟁투, 당권투쟁, 권력의 사유화는 나의 정치적 소명이 아니다”며 전대 불출마를 밝혔다.
● 친윤 핵심 “선거 실패 당 대표 출마 않는게 관행”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원 여론조사도 안해봤는데 왜 ‘어대한’이라고 하느냐”며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가리켜 “윤석열 대통령과 제일 가깝고 제일 수혜를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을 한직으로 평가되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게 윤 대통령인데 대통령과 갈등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한 친윤 핵심 의원도 “선거 실패에 책임 지고 물러난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 안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숙성했다가 나와야 한다’,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친윤계에선 “민주당도 ‘어의추’(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공격에 나선 것을 두고 “당원들 실제 목소리가 여론조사와 다르다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영남권 친윤 재선 의원은 “지역에서도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책임론과 한계를 지적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법이나 용산과의 관계 등 한 전 위원장이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계속 파고들면서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친윤계에선 뚜렷한 당권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 친윤 최고위원 출마도 거론된다.
● 나경원 특보단 행사 참석, 안철수는 불출마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나 의원은 전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서 열린 지지 모임에 참석했다. 한 모임 참석자는 “한동훈이 되는 꼴은 못보겠다고 애가 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날 “감히 우리 당을 지지하는 수많은 당원과 국민을 ‘독재자의 후예’로 매도했던 문재인 정권에 나는 ‘우리 보수는 기적의 후예’라고 더 소리 높여 외쳤었다”며 전통 보수층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당내에선 나 의원과 친윤계간 연대설도 흘러나온다.
전대 출마를 고심 중인 소장파 초선 김재섭 의원은 “분위기가 (출마로) 몰아가기는 하는데 전혀 결정되 바는 없다”면서도 “과연 전대에서 정치적인 소임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지는 전대가 아니면 뭘 해야 될까, 이런 고민들을 시간을 두고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눈앞의 정치 쟁투, 당권투쟁, 권력의 사유화는 저 안철수의 정치적 소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선 한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접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4∼15일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가 유 전 의원을, 27%는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이어 안 의원(10%), 나 의원(9%)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인 응답자의 59%는 차기 국민의힘 대표로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