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공매도 금지 내년 3월까지… 정치에 휘둘려 멍드는 증시

공매도 금지 내년 3월까지… 정치에 휘둘려 멍드는 증시

Posted June. 15, 2024 08:39,   

Updated June. 15, 2024 08:40

공매도 금지 내년 3월까지… 정치에 휘둘려 멍드는 증시
정부와 국민의힘이 공매도 금지조치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공매도 제도를 고치고, 불법 공매도를 막을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계속 공매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시작된 공매도 금지조치가 내년 최단 1년 4개월간 이어지게 된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되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터질 때 선진국들도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경제규모 10위권 국가가 위기상황도 아닌데 1년 넘게 금지하는 건 선례를 찾기 어렵다. 정부 여당은 작년에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이를 계기로 8개월 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과도하게 부풀려진 주식의 거품을 제거해 적정가격을 찾아주는 등 공매도는 순기능이 적지 않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주요 조건인 이유다. MSCI는 지난주 한국 증시의 ‘공매도 접근성’ 성적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바꿨다. 계속 금지한다면 지수 편입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지수 편입으로 기대되던 수십 조 원의 외국인 자금 유입도 공염불이 됐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정부 여당이 1400만 개미 투자자를 의식해 공매도를 정치 이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는 금융감독원장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언급했다가 대통령실이 “금감원장의 개인적 희망일 뿐”이라며 부인하는 해프닝까지 생겼다. 앞서 1월에 윤석열 대통령은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주식시장에선 4·10 총선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 뿐이다. 주요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동안 홀로 부진한 우리 증시의 성적에 공매도 금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나 불법을 감시할 시스템의 정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투자자들의 눈치만 보며 공매도 금지를 계속 연장하는 건 한국 증시의 ‘밸류 업’이나, 개미들의 자산증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