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는 팀 성적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탱킹’ 경쟁이 벌어졌다. 리그 꼴찌 팀에 주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받아 오른손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5·사진)를 잡으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탱킹 경쟁 승자는 한 시즌 162경기 중 102패를 당한 워싱턴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2010년 MLB 데뷔 후 12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는 등 부상을 달고 살았지만 건강할 때는 ‘에이스’ 그 자체였다. 2019년에는 워싱턴에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역시 그의 차지였다. 2019년 WS가 끝난 뒤 스트라스버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워싱턴 구단은 투수 최대 규모였던 2억4500만 달러(약 3264억 원)짜리 7년 계약을 안겼다.
실수였다. 스트라스버그는 FA 계약 이후 총 8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이때만 해도 워싱턴은 그의 등번호 37번을 영구결번시키겠다고 발표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이로부터 13일이 지나는 동안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매체는 ‘워싱턴 구단이 10일로 예정돼 있던 은퇴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고 8일 전했다.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스트라스버그 쪽에서는 잔여 연봉 1억500만 달러(약 1401억 원)를 모두 받겠다고 주장한 반면 구단은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은 “MLB 구단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둔다. 그러나 스트라스버그의 화려한 부상 이력 때문에 워싱턴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