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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능력’ 갖게 된 남자, 히어로일까 악당일까

‘신의 능력’ 갖게 된 남자, 히어로일까 악당일까

Posted October. 20, 2022 07:54,   

Updated October. 20, 20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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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 기술을 방불케 하는 컴퓨터그래픽(CG)과 현란한 액션으로 중무장한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19일 개봉했다. 영화 ‘블랙 아담’이다. 대작이 실종된 가을 극장가에 홀로 출정한 만큼 극장가를 평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화의 배경은 기원전 2600년 고대 국가 칸다크. 왕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노예 테스 아담(드웨인 존슨)에게 어느 날 스피드, 체력 등 6가지 신(神)의 능력이 주어진다. 칸다크 백성들을 구할 영웅이 된 것. 그러나 아담이 이런 능력을 복수에 남용하면서 마법사들은 그를 영원의 바위 아래 가둔다.

 이야기는 그가 5000년 후 깨어나며 본격화된다. 그는 칸다크를 점령한 용병조직 인터갱을 쓸어버린다. 아담이 용병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면 용병은 불타오른 뒤 재가 된다. 총탄에 미사일까지, 아담 몸에 맞기는커녕 마구 튕겨 나간다. 최첨단 공격 헬기도 그 앞에선 종이 쪼가리. 모든 공격을 무력화하고 온몸이 무기인 히어로계 끝판왕이다.

 그의 폭주를 막기 위해 나타나는 건 세계의 안정을 위해 활약하는 히어로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대마법사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등 4인이다. 인터갱 대 아담,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대 아담의 정면 대결은 최대 관람 포인트다. 숨 돌린 만한 장면 없이 상영시간 대부분을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채웠다. 아담의 치고받고 다 쓸어버리는 무적의 퍼포먼스가 시각적 쾌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중동 국가 칸다크를 백인 군사조직이 장악하는 건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살짝 건드리고 넘어가는 것에 그친다. 배트맨, 슈퍼맨 등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에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다루는 기존 DC 영화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DC 영화치고는 단순하다. 주인공들의 미국식 개그, 히어로들의 대결 방식도 마블 영화를 연상시킨다. 마블 영화스러운 DC 영화를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가 될 법하다.

 무엇보다 분장을 하지 않아도 이미 슈퍼 히어로 같은 드웨인 존슨이 히어로로 분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블랙 아담’은 영화 말미 아담이 스스로 붙이는 이름으로 암시될 뿐 영화에선 언급되지 않는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