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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6%대 생활물가… ‘인플레와의 전쟁’ 막 올랐다

14년 만의 6%대 생활물가… ‘인플레와의 전쟁’ 막 올랐다

Posted June. 04, 2022 08:59,   

Updated June. 04, 20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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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5%대 진입도 그해 8, 9월 이후 처음이다. 체감 물가지수는 6.7%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각국의 수출통제 탓에 고공 행진하는 원유, 원자재, 농축수산물 값이 한국인의 실생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8%대인 미국, 유로존보다 낮아 보이지만 다른 선진국 물가에 포함되는 자가 주거비용이 빠져 있어 실제로는 2%정도 높여 봐야 한다. 전기, 가스, 교통 요금을 정부가 억눌러왔기 때문에 요금 현실화가 시작되면 물가는 더 뛸 것이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부터 양적긴축(QT·Quantitive Tightening)에 착수했다. 코로나 발생 후 돈을 풀기 위해 사들인 채권을 내다 팔아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유럽중앙은행(ECB)이 22년 만에 0.5%포인트의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개월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린 횟수만 60회다. 세계가 인플레와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미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자, 기업들의 인플레 충격을 줄여줘야 하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주 초 밀가루, 돼지고기 등 7개 품목 관세를 0%로 내린 것만 해도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의 수입품들은 이전부터 무관세여서 가격안정 효과가 거의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그제 경제단체장들을 만나 “가격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요청한 건 원가상승 부담을 일방적으로 기업에 떠넘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임금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생활이 빡빡해진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이 임금인상의 부담을 제품 값에 전가하는 일이 계속되면 경제는 인플레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인플레를 이겨내는 길은 꾸준한 금리 인상을 통해 과잉 유동성을 걷어내는 것이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한은과 공조해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근로자, 자영업자, 기업 등 경제주체들 역시 과도한 요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