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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빅스텝’ 후폭풍… 경제운용계획 원점서 다시 짜라

거세지는 ‘빅스텝’ 후폭풍… 경제운용계획 원점서 다시 짜라

Posted May. 11, 2022 07:53,   

Updated May. 11, 202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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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發) 통화 긴축으로 뉴욕증시가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락한 데 이어 어제 한국 코스피지수도 2600선이 무너지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달 4일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뒤 한미 증시는 등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하락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이 급격하게 돈줄을 죄는 ‘빅스텝’에 나서면서 시간차를 두고 긴축의 후폭풍이 거세지는 것이다.

 실물경제의 바로미터인 증시가 폭락하는 것은 전 세계에 닥친 복합위기가 쉽게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훼손과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은 인플레이션 확산, 금리 급등, 부채 증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수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재정으로 성장을 떠받치자니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대폭 올리자니 불황이 우려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 올릴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원화 절하폭이 크지 않다고 발언한 뒤 환율이 급등하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와 통화당국의 수장이 복합위기에 걸맞은 종합적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새 경제팀은 위기를 직시하며 경제의 펀터멘털 점검에 나서야 한다. 당국자들은 기초체력이 튼튼하다지만 경제의 기둥격인 무역수지는 올 들어 66억 달러 적자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년 반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경제의 파이를 키워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고리도 깨진 지 오래다. 이런 현실과 달리 지금의 경제정책방향은 글로벌 경기가 양호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전제로 만든 것이다. 고장난 성장엔진을 교체하는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설계도를 다시 그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