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예고된 확진자 폭증에도 혼선 자초한, 얼빠진 선관위

예고된 확진자 폭증에도 혼선 자초한, 얼빠진 선관위

Posted March. 07, 2022 07:50,   

Updated March. 07, 2022 07:50

ENGLISH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20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확진자들이 투표한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직접 넣지 않고 선거보조원이 택배상자와 쓰레기봉투, 소쿠리 등에 제각각 담아 옮기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확진자에게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확진자는 투표를 포기하고 귀가했다.

 이번 사태를 만든 것은 선관위의 안이한 태도와 부실한 준비다. 이번 대선은 2020년 4·15 국회의원 총선거,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이어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 번째 치르는 선거다. 당시엔 하루 확진자가 각각 27명과 653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대선을 전후해 2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이 올 1월이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지난달 국회에 출석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종합대책이 마련돼 있다” “세밀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호언했다. 도대체 선관위가 지그까지 무슨 준비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는 확진자 투표용지 부실 관리에 대해 ‘투표구마다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핑계로 대고 있다. 설령 규정을 그대로 두더라도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투표 시간을 달리하거나, 확진자의 투표소를 별도로 지정했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예상 시나리오별 대응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배포하고, 선거보조원에 대한 사전교육을 충실히 했더라면 혼선이 줄었을 것이다. 더구나 선관위는 확진자의 투표 신청을 따로 받지 않아 확진자 몇 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는지 아직 집계조차 못하고 있다. 선관위가 기본 중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여야 정치권은 진상 규명과 함께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어제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사과하면서도 “절대 부정 소지가 없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엊그제 출근조차 하지 않았고, 입장문도 위원장이 아닌 선관위 명의다. 선관위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대선에서 부실 관리는 선거 이후 불복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사전투표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참여할 9일 본 투표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