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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하늘이다

Posted November. 22, 2021 07:20,   

Updated November. 22, 20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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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만물은 모두 하늘을 모시고 있다. 그러므로 이천식천(以天食天)은 우주의 당연한 이치이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의 말 중

 하나의 문장을 고르기 위해 무척 고민했다. 소설, 시 등 문학 작품부터 전공서적까지 수많은 책 속 문장이 머리에 맴돌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택한 것은 1885년 동학 교주인 최시형이 했다는 ‘이천식천’이라는 말이다. 쉽게 풀이하면 ‘밥은 하늘이다’라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동학혁명이 결국 배고픔에서 시작되었다는 의미이자, 동학의 주체였던 민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밥이었다는 뜻이다. 배고픈 민중에게 밥은 하늘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늘을 빼앗긴 민중들은 동학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 밥은 하늘처럼 중요한 존재였다. 그래서 우리는 “밥심으로 살아왔다”고 말하고, 늘 “밥 먹었니?”를 묻고, 외로울 때는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을 그리워한다.

 쌀이 남아돌아 문제인 지금도 밥이 하늘이라는 말은 유효하다. 바로 한식의 근본이 쌀이기 때문이다. 밥이 없다면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김치를, 간장게장을, 나물을,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을까. 우리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한식은 결국 밥에서 출발한다. 30대 초반 한식에 매료돼 줄곧 한식에 갇혀 살아 왔다. 내 평생의 업인 한식 공부도 결국 밥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채소, 고기, 바다음식 그리고 발효음식까지 지치지 않고 한식에 대해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근저에 밥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인의 식습관이 밀가루 위주로 바뀌고 쌀 소비량이 역대 최저치라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 깊숙이 걱정이 되곤 한다. 밥이 사라질 때 한식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밥이 사라지는 건 민족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밥이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