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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회사 손해, 대표外 이사들도 배상 책임”

법원 “회사 손해, 대표外 이사들도 배상 책임”

Posted September. 04, 2021 07:36,   

Updated September. 04, 202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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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다른 이사들도 기업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예방할 ‘준법감시’의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영진의 준법감시 의무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정준영)는 3일 대우건설 소액주주들이 서종욱 전 대표이사와 사내외 이사 등 10명을 상대로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을 막지 못해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80억 원을 부과받은 것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서 전 대표가 3억9500만 원, 다른 이사들은 4650만∼1억2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은 “이사들에게는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의무가 없다”며 서 전 대표의 배상 책임만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사들은 임직원의 입찰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어떤 보고나 조치도 요구하지 않았다”며 이사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사의 감시 의무를 인정한 2008년 대법원 판결과 원고 측이 제출한 미국 법원의 ‘케어마크(Caremark)’ 판결을 받아들인 것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2008년 신한은행이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개의 이사들에게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 시스템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1996년 미국 케어마크 판결도 “이사들이 준법감시를 위한 정보 및 보고 시스템을 갖추지 않거나 감시를 소홀히 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했다.

 이번 2심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판사로 올 2월 선고 때에도 회사 경영진이 준법감시제도를 실효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양형에 고려해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