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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75팩 얼려놓고 5번째 올림픽 참가”

“모유 75팩 얼려놓고 5번째 올림픽 참가”

Posted July. 23, 2021 07:33,   

Updated July. 23, 202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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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는 모유 75팩이에요. 한 달 넘게 매일 밤마다 이 미친 짓을 하고 있죠.”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영국 양궁 국가대표 나오미 폴카드(37)가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50여 개의 모유팩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그는 18일 도쿄로 출국하기 전까지 딸 에밀리를 위해 총 14L(75팩)에 달하는 모유를 모았다. 보관할 공간이 모자라 새 냉장고도 주문했다.

 에밀리는 한 차례 유산을 겪고 2월 출산한 딸이다. 딸이 태어났을 때 올림픽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열심히 준비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폴카드는 “내가 없는 보름 동안 먹을 수 있는 모유를 두고 갈 테니 에밀리가 날 너무 그리워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며 5번째 올림픽 출전 의지를 밝혔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모유 수유 중인 아기를 둔 선수들의 자녀 동반 입국을 허용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홀로 도쿄행을 선택한 엄마 선수들이 있다.

 영국 조정 국가대표 헬렌 글로버(35)는 세 살 로건과 16개월 쌍둥이 보와 킷 등 세 아이의 엄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올림픽 출전을 마음먹었다. 글로버는 “육아 때문에 4년간 운동을 못 해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뒤에는 바닥에 깔린 레고 장난감을 피해 점프 스쾃을 하며 육아와 훈련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영국 사이클 국가대표 리지 데이그넌(32)도 두 살 된 딸 올라를 두고 도쿄행을 결정했다. 같은 사이클 선수였던 남편 필(37)이 아이가 태어난 뒤 은퇴하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데이그넌은 출산 3일 전까지 사이클을 타는 등 올림픽을 향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