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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한국 정부도 사활 걸고 지원 나서라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한국 정부도 사활 걸고 지원 나서라

Posted April. 06, 2021 07:48,   

Updated April. 06, 202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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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 미국 측이 중대 안보 사안으로 반도체 공급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다음날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중국 측이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한국이 협력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세계 1, 2위 패권국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향해 “우리 편에 줄서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세계 반도체의 72%는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인텔 퀄컴 등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미국기업이지만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13%에 불과하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약 56조4000억 원) 지원을 약속하고,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시작했어도 생산까진 4∼5년이 걸린다. 그 사이 한국, 대만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이 미국으로선 절실한 것이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에겐 자신을 겨눈 비수와 같다. 중국은 반도체에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기술력에 한계가 있고, 자급률은 16%에 그친다. 반도체 공급망이 중국을 뺀 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 지난달 양회에서 공표한 ‘8대 정보기술(IT) 신산업 육성’ 목표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보니 한국, 대만 등에 대한 압박도 불사하려는 분위기다.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생산업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초유의 국제정치, 안보 리스크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 공세에 나선 경쟁업체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투자규모의 최대 40%를 세금에서 깎아주고, 유럽연합(EU)은 투자의 20∼40%를 보조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까지 3년간 지출한 법인세 비용은 순이익의 27.3%, SK하이닉스는 23.7%로 대만 TSMC(11.4%), 미국 인텔(16.7%) 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큰 핸디캡을 지고 경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국가간 총력전으로 번진 반도체 경쟁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한국이 선두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선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시스템반도체는 갈 길이 멀다. 강대국들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해야 하지만 주문대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다간 국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은 연구개발(R&D)을 늘려 핵심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는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