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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중국의 일대일로 경계하나

Posted January. 02, 2021 08:04,   

Updated January. 02, 20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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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인들은 생각할 수 있는가(Can Asians Think)?’

 이 도발적인 문장은 1993년 키쇼어 마부바니가 쓴 책의 제목이다.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장인 마부바니는 당시 책을 통해 세계의 흐름이 변하고 있으며, 아시아가 서양에 가르칠 것이 더 많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인이 생각할 수 있느냐는 식민주의적 사고가 아닌, 아시아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연구할 시점이라면서 말이다.

 20여 년이 지나 달라진 아시아의 위상은 경제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중일과 호주 등 15개국이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인구 22억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총 26조2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불렸다. 저자는 앞으로 세계 지형도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닌 ‘아시아 퍼스트’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여러 단면을 자세히 소개한다.

 첫 출발은 고대 아시아 문명이다. 그리스 문명 등 서구 중심으로 쓰인 세계사의 그늘에 가려진 인도와 서아시아, 동아시아 문명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그 뒤 아시아의 주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과 사건을 제시한다. 호주와 러시아는 왜 일찍부터 ‘아시아화’에 뛰어들었는지, 미국은 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경계하는지 등 시의성 있는 주제도 다룬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지난 20년은 조지 W 부시의 무능력, 버락 오바마의 무성의, 도널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라거나, ‘서양의 오해와 달리 아시아는 중국 중심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관점이 흥미롭다.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광활한 아시아의 현주소를 훑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아시아에 무지한 서구인을 독자로 설정하고 있다는 한계도 느껴진다.

 인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국제 관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정착했다. 원제는 ‘The Future is Asian’.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