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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

Posted July. 07, 2018 07:18,   

Updated July. 07, 2018 07:18

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

(5판용) 고려와 조선시대에 최고 공립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의 장(長)을 대사성이라 불렀다. 고려 말기 정몽주로부터 조선 전기의 신숙주, 중기의 이황, 후기의 김정희까지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대사성을 지냈다. 오늘날 서울대의 총장은 현대판 대사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서울대 총장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형법학자 유기천 교수 같이 지성과 용기에서 모두 존경받는 분들이 없지 않았으나 유신과 5공 시절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총장의 위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1991년부터 총장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학식과 경륜보다는 ‘마당발’ 교수들이 총장이 되는 일이 빚어졌다. 총장 이력을 바탕으로 국무총리가 되고 더 높은 자리를 기웃거린 경우도 나타났다.

 ▷대학 총장에게는 ‘지성의 대표자’라는 역할 외에도 최고경영자(CEO)라는 역할이 있다. 영국은 대학 총장 자리를 이원화해 챈슬러(Chancellor)를 두고 그 밑에 바이스 챈슬러(Vice chancellor) 혹은 프레지던트(President)를 둔다. 챈슬러는 대학교에 상주하지 않으면서 지성을 상징하는 명예총장이고 프레지던트가 실질적 총장이다. 미국은 대학 총장 자리를 대체로 일원화해 프레지던트라고 부르고 CEO의 역할을 점차 중시해왔다. 동양은 좀 달라서 일본 도쿄대는 총장을 대학의 관리책임자로 보지 않고 학문의 전당의 상징으로 본다.

 ▷서울대 법인화 이후 간선제로 첫 선출된 성낙인 총장과 그 후임으로 총장 후보에 추천된 강대희 의대 교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마당발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CEO 역할을 잘 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마당발로 그 자리에 갔기 때문에 존경받는 자리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급기야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강 교수는 총장 후보를 사퇴했다. 정희성 시인은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라”고 했다. 서울대 총장은 조국의 미래가 정말 궁금해질 이 때 필요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시대의 지성인이면 좋겠다. 


송 평 인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