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13, 2018 07:55,
Updated January. 13, 2018 08: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을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놀랄 만한 사람들과 관계를 갖고 있다”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김정은과의 관계를 이렇게 언급했다. 이에 질문자가 “(그럼) 김정은과 얘기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 대화를 했는지, 대화를 하지 않았는지 말하지 않겠다”고만 대답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거친 트윗 비방을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한테서 앞으로 그런 걸(비방 트윗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런 다음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 아주 유연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로켓맨’ ‘땅딸보’ 등의 감정적인 비난을 퍼부은 김정은과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내비친 것이다. WSJ는 이에 대해 “평양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몇 달간 긴장이 고조된 이후 새로운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2009년 6자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과 정부 간 공식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 중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중국을 칭찬하면서 “그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대화 공세가 한미 동맹 사이에 쐐기(wedge)를 넣어 간극을 벌리려는 ‘이간책’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12개월 내에 (결과를) 알게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미국은 15∼1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캐나다와 함께 ‘한국전쟁 참전 16개국(밴쿠버 그룹) 회의’를 열고 해상 차단 등 대북 압박을 위한 새로운 국제 공조 체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북한을 향해 한쪽으로 대화를 손짓하면서 다른 손으로 압박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신문사 및 통신사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북한 김정은이 핵 문제와 관련된 이번 라운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고 말했다 ‘새해 한반도 주변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질문에 “북한 김정은이 이번 핵 관련 위기 국면에서 미국보다 한 수위였다. 김정은은 그의 전략적인 과제를 해결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게 됐고, 전 세계 어디든 닿을 수 있는 사정거리 1만3000km의 미사일을 갖게 됐다. (김정은은) 노련하고 성숙한 정치인”이라고 호평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