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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새누리당의 험지출마론엔 자기 희생이 안보인다

집권 새누리당의 험지출마론엔 자기 희생이 안보인다

Posted December. 26, 20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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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 논란이 한창이 험지()출마론의 본질은 내가 출마하기 꺼려지는 지역에 네가 나가라는, 영화 친구의 니가 가라 하와이의 정치 버전이다. 험지의 어감도 불편하다. 새누리당이 유리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서울 강남권 지역 외에는 험지라는 뜻인데, 험지로 분류해놓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24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서울 서초을 출마 선언에 대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과 함께 인큐베이터에 넣어서 정치적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친박(친박근혜)로 분류된다. 대신 험지 출마 후보로는 비박(비박근혜) 중진 이재오 의원을 꼽았다. 반면 비박계에선 홍 의원이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같은 친박 핵심이 솔선수범해 험지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험지출마 논란은 지도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 운운하며 TK 지역에 측근들을 꽂으려 하자 지난달 김용태 의원은 이른바 박심을 업고 나오는 출마예상자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야당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수도권에 나와야 한다며 험지 승부론의 불씨를 지폈다. 박 대통령의 후광만 얻으면 당선될 수 있는 양지()와 대조되면서 험지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던 김무성 대표도 김 전 총리와 안 전 대법관을 만나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 이런 게 전략공천이 아니고 뭔가. 험지출마론엔 자기희생의 감동이 없고 다른 계파나 라이벌을 사지로 몰아넣으려는 정략이 춤을 춘다.

96년 15대 총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야당세가 강한 지역에 개혁성향 인사를 대거 공천했다. 한때 반기를 들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선대위의장이란 꽃가마에 태워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무조건 험지에 가서 살아 돌아오라는 식의 대책 없는 험지출마론은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의 왼쪽 귀퉁이를 잠식하면서 당은 더욱 기득권 우파로 몰리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험지출마론으로 지새다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