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청와대 안보특보는 한국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단 한번도 조치를 취하지 못할만큼 대응에 실패했다고 실토했다. 임 특보는 오늘 서울안보대화(SDD) 본회의에서 발표할 발제문에서 정부의 북한의 사이버공격 대응을 경제제재 및 보복공격으로 맞선 미국과 비교하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임 특보는 북한에 가시적인 피해를 주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국민에게는 적잖은 충격이다.
어제만 해도 북한발() 또는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여러 건의 사이버 공격이 확인됐다. 해군 이지스함의 합동전술 기밀이 해킹으로 유출되고, 북한이 작년부터 올 7월까지 우리 군 인터넷망에 131차례나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외부의 사이버 공격이 일상화하다시피 했는데도 정부가 실질적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국가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1월 임 특보를 임명하고 4월에는 국가안보실에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을 신설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이버안보의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청와대에 사이버안보비서관까지 두고서도 북한의 사이버 도발에 단 한번도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 그런 조직은 왜 만들었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이 사이버테러 대응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다투느라 조치가 미흡하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북한이 2013년 3월20일 사이버테러로 국내 방송사와 금융사 전산장비 4,800대를 파괴한 것을 계기로 지난 해 11월 사이버안보기본법을 제정해 국가적 대책을 마련했다. 정작 우리는 국회에 여러 건의 사이버테러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정원 권한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정원이 주도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다변화하는 북한의 사이버 도발을 막기 어렵다. 우리도 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을 서둘러 범정부차원의 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 출신인 임 특보는 학자적 양심에 따라 용감하게 정부의 부실한 사이버 대응을 고백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심한 사이버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 정비와 대응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강력한 응징의지를 다져야 한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관영통신 인터넷 사이트를 잠깐 차단하는 정도의 솜방망이 대응은 북한에 아무런 경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