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August. 23, 2015 23:02,
중국 정부는 북한의 포격 도발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어제 남북 다 자제하길 바란다. 대립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분쟁을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중국 정부는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추 대사의 발언이 그의 개인 의견만은 아닐 것이다. 먼저 때린 쪽과 얻어맞은 뒤 정당방위 차원에서 대응한 쪽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자제를 촉구할 일이 아니다. 중국이라면 타국으로부터 일방적 포격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겠는가.
중국은 세계 평화를 책임져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외신들은 북한의 포격 도발 사태로 남북간 전쟁 가능성까지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을 막으려면 중국이 국제적 위상에 걸 맞는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때와 마찬가지로 지뢰 도발도, 포격 도발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한국이 먼저 도발을 했다며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긴장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북한은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뒤로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중성도 보여 왔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실체다.
중국이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전승절 행사를 목전에 둔 시점에 북한이 도발을 저질렀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핑계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대남 도발을 감행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불참한 김정은으로서는 중국에만 가기가 곤란할 것이다. 김정은의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북의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면 상황에 따라선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이 어려워질지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도,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키로 한 것도 우리의 국익과 함께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해 내린 결단이다. 한국 정부는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국땅에서 숨진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는 성의도 보였다. 중국이 김정은 집단의 불장난을 저지하려면 국제적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중국이 전승절 행사를 원만하게 치르고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북한에 대한 경고와 압박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