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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여제' 위엄이냐, 18세 천재들 협공이냐

'그린 여제' 위엄이냐, 18세 천재들 협공이냐

Posted August. 19, 20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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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이번 주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다여자오픈에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사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교 졸업반으로 캐나다여자오픈 월요 예선을 통과해 이 대회 출전권을 따낸 박인비는 다음 날 황급히 비행기를 타고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LPGA투어 사무국으로 이동했다. 당시 미국 주니어 무대를 주름잡던 그는 투어 회원 가입 연령 제한(만 18세 이상) 규정에 예외적으로 자신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캐나다여자오픈뿐만 아니라 다른 LPGA투어 대회에도 참가할 자격을 달라는 뜻이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서둘러 투어 사무국을 찾았던 그에게 돌아온 건 불허 통보였다. 헛심만 썼던 박인비는 다시 캐나다로 되돌아가 대회에 나섰지만 여독과 허탈한 마음에 컷 탈락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 최강으로 발돋움한 박인비가 20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하는 캐나다여자오픈을 통해 LPGA투어에 복귀한다. 이달 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시즌 4승을 달성한 뒤 국내 대회인 제주 삼다수오픈에 출전했던 박인비는 지난 한 주간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는 박인비와 18세 동갑내기 천재 골프 소녀인 브룩 헨더슨(18캐나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의 대결로 흥미롭게 됐다. 헨더슨도 박인비처럼 지난해 LPGA투어에 연령 제한 규정을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무산된 뒤 지난주 포틀랜드오픈에서 압도적 기량을 펼친 끝에 정상에 올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캐나다 선수로는 2001년 로리 케인 이후 14년 만에 LPGA투어 챔피언이 된 헨더슨은 우승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고국 무대를 밟게 돼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랭킹 2위인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인 2012년 이 대회에서 역대 LPGA투어 사상 최연소인 15세 4개월 2일의 나이로 우승 트로피를 안은 뒤 2013년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리디아 고는 박인비, 헨더슨과 달리 LPGA투어로부터 연령 제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받아 17세였던 지난해 투어에 데뷔했다.

평균타수, 상금, 올해의 선수 등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인비는 어린 선수들의 활약은 내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최나연(SK텔레콤)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한 유소연(하나금융그룹)은 타이틀 방어와 시즌 첫 승의 두 토끼를 쫓는다. 뜨거운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세영(미래에셋)과 김효주(롯데)도 우승 후보다. 신인왕 포인트에서 김세영은 976점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김효주는 962점으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