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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설물, 세계문화유산 취지에 안맞아"

"일 시설물, 세계문화유산 취지에 안맞아"

Posted May. 25, 201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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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 동원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와 관련해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일본에 부정적 역사까지 담으라는 권고를 넘어, 신청한 시설물들이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근본적 취지에 맞지 않으니 충분히 내용을 보완해 담으라는 권고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내용은 15일 이코모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 홈페이지에 공개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 평가보고서(총 353쪽) 중 일본 시설물 관련 내용(88102쪽) 부분에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94쪽에서 일본이 제출한 서류에는 중공업, 조선, 탄광 등의 몇 가지 산업시설에서 서구로부터 받아들인 기술적인 과정만 반영하고 있지 산업기술이 가져온 복잡하고 광범위한 사회 정치적 변화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를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유네스코는 산업혁명 유산에 대한 정의를 사회 정치적 변동뿐 아니라 대학을 개설하고, 통신망과 철도, 해상 운송을 가능케 하는 등 사회 교육 의료 등 낡은 봉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 영향을 준 시설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의에 따라 보고서는 일본이 신청한 시설들은 산업혁명의 전체적인 단계(full scope of the Industrial Revolution)를 담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이런 내용들은 말미에 일본 정부를 향해 역사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게 하라며 조선인 징용 등 부정적 역사를 담으라고 주문한 것을 넘어서 해당 시설물들을 과연 세계문화유산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 의문점을 던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23일 자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6월 말 독일 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최종 심의가 연기될 가능성까지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문화청 간부가 일본 정부는 등재될 게 분명하다고 믿고 있지만 심의 연기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200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지역에 있는 3중 아치 문을 문화유산으로 신청한 것에 대해 아랍 국가들이 국경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바람에 결국 201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심의 연기를 결정해 사실상 무산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국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외교전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24일 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팀을 꾸려 다음 달 초쯤 유네스코 주요 회원국 6곳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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