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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수장 우롱한 김정은의 변덕 리더십

Posted May. 21, 20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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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성공단 방문을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 북한이 방북 허용을 전격 취소한 것은 북이 얼마나 예측불가능하고 비정상적인 체제인지를 다시 일깨워준다. 반 총장은 어제 오전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식 축사에 앞서 오늘 새벽 북측이 갑작스럽게 외교경로를 통해 저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 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며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직설적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할 만큼 북의 일방적인 결정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다.

북이 사전에 유엔 채널을 통해 조율을 마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돌연 취소한 이유는 해석이 분분하다. 반 총장이 그제 방북을 발표하면서 북의 핵, 미사일 개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데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그보다 하루 앞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강화를 언급한 데 발끈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북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유엔의 수장을 우롱하는 변덕스러운 결정을 내릴 때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것이다. 핵심인사도 잔혹하게 처형하는 것을 지켜 본 측근들이 두려움 때문에 감히 입이나 뻥긋하겠는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김정은의 행동을 독재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자아팽창(ego inflation)이라고 진단하는 임상심리학자도 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아온 김정은은 좌절, 실패, 낙오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스스로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고 통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의 급작스러운 취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설에서 나온 공포정치는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내부 불안감이 커지면 자폭적 행동도 나올 수 있다.

반 총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방북을 추진했지만 뜻하지 않게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유엔 주변에선 너무 나이브(순진)했다는 얘기도 나돈다니 안타깝다. 북 국방위원회는 어제 유엔 안보리를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라고 비난하며 자신들의 핵 타격 수단이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반 총장 퇴박으로 국제사회에서 평판이 더 나빠지고 북의 고립이 심화되면 도발로 국면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