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범이 81kg급 왕 눌렀다

81kg급에서는 김재범(29한국마사회)이 왕기춘(26양주시청사진)을 이겼다.

김재범이 2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제주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남자 81kg급 준결승에서 왕기춘에 지도승을 거뒀다. 7년 5개월 만에 왕기춘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였다.

김재범과 왕기춘이 처음 만난 것은 73kg급이던 2007년 3월 포항에서 열린 회장기 겸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다. 용인대 신입생이던 왕기춘은 준결승에서 당시 이 체급 최강자였던 이원희(33여자 대표팀 코치)를 제친 데 이어 결승에서 김재범을 유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왕기춘은 그해 6월에 최종 선발전 결승에서도 김재범을 배대뒤치기 효과로 꺾었고 그 덕분에 출전한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유도 사상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이원희에 이어 왕기춘이라는 강적이 등장하자 김재범은 그해 10월 81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체급을 바꾼 김재범은 승승장구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베이징에서 은메달을 땄던 왕기춘은 런던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이후 예전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던 왕기춘은 지난해 11월 체급을 올렸다.

다시 같은 체급이 됐지만 둘은 1년 넘게 맞붙지 못했다. 김재범이 우승한 대회에서는 왕기춘이 초반에 탈락했고, 왕기춘이 우승할 때는 김재범이 출전하지 않았다.

둘의 빅매치는 6번째 대회에서 성사됐다. 서로를 잘 아는 둘은 이날 조심스럽게 경기를 이어갔다. 왕기춘이 초반 지도를 받았고 이후 둘 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않아 2개씩의 지도를 더 받았다. 궁지에 몰린 왕기춘은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발뒤축걸기 기술을 시도했지만 점수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왕기춘에게 머리를 받혀 오른쪽 이마가 찢어진 김재범은 붕대를 감고 남은 경기를 마쳤다.

제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