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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퍼스트레이디

Posted May. 30, 201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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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통령 부인은 퍼스트레이디(first lady), 부통령 부인은 세컨드레이디(second lady)다. 주()지사의 부인은 그 주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부른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서울시장의 부인은 수도 서울의 퍼스트레이디다. 우리나라는 부통령이 없고 총리와 장관이라고 해봐야 선출직이 아니다. 선출직으로 따지면 서울시장 부인이 이 나라의 세컨드레이디라고도 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본보 사진 자료를 찾아보니 강 씨는 2012년 10월 대선 투표일에 박 시장과 함께 투표하는 사진과 2012년 1월 적십자사 서울지사에서 봉사활동에 나선 사진이 있을 뿐이다. 시민들은 박 시장이 왜 미인 부인을 동반하고 다니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세간에서는 성형이니 어쩌니 말이 많지만 사실인지도 알 수 없고, 성형을 했다 하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문제가 되는지도 알 수 없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정 후보 본인보다 부인 김영명 씨가 좋아서 지지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김 씨는 이번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남편과의 거리 유세나 각종 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홀로 다니는 박 시장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김 씨 역시 미인인 데다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딸로 미국 명문 웰즐리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다. 서민으로선 오히려 거부감이 갈 만도 한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늘 남편 옆에서 성실히 내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퍼스트레이디는 어느 나라 법에서도 공적인 자리가 아니지만 사실상의 공인이다. 왜 그런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한 이불 속 베갯머리 권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 박 시장이 오늘 64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할 때 부인 강 씨가 함께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불필요한 논란이 싹 해소됐으면 좋겠다. 서울시의 퍼스트레이디라면 시민이 얼굴은 자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