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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로맨스 소설 e북 시장 점령

Posted May. 12, 201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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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 씨(37여)는 출근길에 은밀한 즐거움이 생겼다.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그는 태블릿PC로 19금 로맨스 소설을 즐긴다. 그는 전자책(e북)은 어떤 책을 읽는지 남들이 모르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씨처럼 e북으로 통속소설(장르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성인 여성을 겨냥한 로맨스 소설이 대세다.

도서대여점 속 통속소설 작가들 e북 이주

동아일보가 4월 1일5월 9일 e북 종합베스트셀러 110위를 분석한 결과 교보문고의 경우 가까이 더 가까이 황태자의 매혹 등 성인용 로맨스 소설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예스24도 같은 기간 악마와의 결혼 태양의 연인 등 80%가량이 로맨스 소설이었다.

이 책들은 19로설로 부린다. 19금(성인용) 로맨스 소설의 줄인 말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19로설의 저자 중 상당수는 2000년대 초중반 도서대여점을 통해 유통됐던 통속소설 작가들이다. 인터넷 내려받기가 활성화된 2005년 이후 도서대여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활동 무대를 잃었던 로맨스, 무협, 추리 등 통속소설 작가들이 e북 시장으로 옮겨온 것.

반디출판사 김정희 과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로맨스, 무협 작가들이 시장 변화로 어려움을 크게 겪었는데 2012년 e북이 활성화되면서 살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e북 매출은 2011년 450억 원에서 2012년 800억 원, 2013년 1200억 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성인용 로맨스 소설이 e북을 점령한 배경엔 여성 독자층이 있다. 예스24의 2013년 e북 구매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30, 40대 여성 비율이 전체의 41.4%로 나타났다(표2 참조). 예스24의 e북 담당 이민정 MD는 여성은 무협, 판타지는 잘 읽지 않는 데다 자신이 무슨 책을 읽는지를 드러내기를 꺼린다며 e북은 이런 성향과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선정성은 문제 e북도 다양성 확보돼야

출판계는 e북 시장에서 성인 로맨스 소설이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반서적은 물론이고 같은 통속소설 장르인 무협, 판타지에 비해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고 길이가 짧아 쉽게 읽고 빨리 버리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짧은 시간 내에 바로 출판되기 때문에 작품에 트렌드를 반영하기 쉽다. 회사원 김정령 씨(32여)는 로맨스 소설 주인공의 대화에는 항상 최근 유행어가 나온다. 그만큼 공감하기 쉽다고 했다. 종이책 제작비의 5분의 1밖에 들지 않는 데다 가격도 권당 20004000원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e북 로맨스 소설 작가는 현재 5만 명으로 추산된다. 10년간 로맨스 소설을 쓴 이수림 작가는 대여점에서는 수백 번 대여돼도 한 권 인세를 받았지만 e북에서는 판매가의 50%를 받는다며 연 수입 1억 원대 작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문제점도 지적됐다. 로맨스 소설 중 상당수는 엉덩이에서 미끄러져 내려간 손이 하얀 허벅지에 닿았다란 식의 적나라한 표현이 들어가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비슷한 내용이라도 제목이 야하거나 야한 장면이 들어가면 판매량이 훨씬 높아진다며 작가들에게 야한 장면을 몇 회 이상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상현 전자출판팀장은 작품성보다 선정성을 내세우는 것은 문제라며 e북 이용자가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일반 서적에 대한 e북 출판을 독려 중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