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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를 홈런 전쟁, 넘어서라 1999

Posted March. 21, 20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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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

한국프로야구가 15년 묵은 기록을 깨기 위해 돌파해야 하는 숫자다. 이승엽(삼성)이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50홈런을 돌파하며 54개로 홈런왕을 차지했던 1999년 한국프로야구는 처음으로 한 시즌 홈런 수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무려 383개의 볼을 더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내며 1274개의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것. 당시 홈런 부문 공동 10위 심정수(두산)와 피어슨(현대)이 31개의 홈런을 터뜨릴 정도로 홈런 타자들이 즐비했었다. 이후에도 한 시즌 홈런 수 1000개를 돌파했던 시즌은 5번이 더 있었다. 하지만 1999년에 세워진 기록을 넘지는 못했다.

2004년부터는 홈런 수가 급감하기 시작해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 시즌 세 자릿수 홈런에 그쳤다.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로 투수를 선호하고, 이승엽의 일본 진출 등 대형 타자들이 사라지면서 투고타저() 현상이 그라운드를 점령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 이대호(롯데)가 44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홈런왕들이 모두 30개 안팎의 홈런을 기록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 같은 상황에서 2009년 1155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중간급 홈런 타자들의 동반 상승 덕분이었다. 2008년 4명에 불과했던 20홈런 이상 타자가 2009년에는 무려 18명으로 급증했다. 20홈런 이상 타자는 2010년 다시 13명으로 줄었다.

모든 구단이 힘 있는 용병 타자를 보유하게 된 올 시즌에는 1000홈런을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총 홈런 수 798개를 감안할 때 올 시즌 외국인 타자 9명이 20여 개씩의 홈런만 터뜨려도 충분히 네 자릿수 홈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병호(넥센) 최형우(삼성) 최정(SK) 등 기존의 거포들에 정의윤(LG) 윤석민(넥센) 등 미래의 거포들까지 시범경기에서부터 화끈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어 시즌 초반부터 홈런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