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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율권 커지면 당입김 약해질듯

Posted October. 01, 20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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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경제체계 구상은 1961년 이래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노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어 북한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개인의 기업 설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에서 불필요한 인력이 대폭 방출되면 전국적으로 수많은 무직업자(실업자)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을 방치하면 체제의 안정에도 크게 위험이 된다. 이 때문에 실업자를 고용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절실히 필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당장 개인의 기업 설립까지 허용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가 기업의 외피를 쓴 사실상의 개인기업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개인 기업의 설립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전망이다.

기존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간부 임명권이 크게 위축되고 민주주의 욕구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타 공장과 비교해 수익에 차이가 있으면 무능한 간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자신들 손으로 유능한 사업가를 뽑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체제를 지탱해 온 출신 성분에 기초한 중앙집권적 간부선발 원칙이 무너지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크게는 노동당의 기능과 역할도 대폭 축소될 수 있다. 기존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간부사업권(핵심 간부 평가 및 말단 간부 임면권)을 갖고 있는 공장과 기업소의 당 비서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경제체계가 본격 시행되면 현장에서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 행정일꾼의 권한이 훨씬 강화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공장과 기업소에서 행정일꾼과 노동자들이 신경제체계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신경제체계 도입은 북한의 개방도 촉진시킬 전망이다. 지난해 628 경제관리개선조치 선포 이후 북한은 300여 개의 시범기업을 지정했다. 여기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업은 대개 외국에서 주문을 받아 생산한 피복 공장이나 광물자원을 해외에 수출한 기업들이었다. 즉 해외의 자본과 북한의 값싼 노동력의 결합 또는 지하자원의 수출이 현재 북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임이 확인됐다. 앞으로 이런 추이가 가속화되면 외국과의 협력에 사활을 거는 기업이 크게 늘어 북한 사회를 지탱해 온 폐쇄의 장벽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